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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 문화

일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음식, 교토의 오차즈케

일본, 가나자와의 가을

여러분은 일본이 어떤 나라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일본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진부하지만 가장 정확한 말이 있습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그런 일본 문화의 한 부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례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교토의 오차즈케입니다.

 

녹차 물에 명란, 연어 등을 밥과 함께 말아서 먹는 음식, 오차즈케

 

'오차즈케란 말 그대로 녹차(お茶)에 담가서(漬ける) 먹는 음식을 말하는 것으로, 녹차에 밥과 간단한 반찬을 말아서 먹는 음식을 뜻합니다.'

 

오차즈케는 현재 일본 전역에서 널리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오차즈케가 일본의 천년 수도 교토에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교토는 예로부터 사무라이들이 모여서 살던 지역이었습니다. 당시 사무라이들은 살인면허를 가진 유일한 계급이었습니다. 즉, 일반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권리도 가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무사들이 모여서 살았기에 교토에서는 말을 잘못하는 것으로도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살기 위해서는 속마음(혼네, 本音)를 감추고, 거짓된 마음(타테마에,建前)을 보여주며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토, 청수사(기요미즈데라, 清水寺)

 

이러한 타테마에와 혼네 문화는 교토의 오차즈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교토의 한 가정집에 손님이 방문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시간은 흘러서 저녁 시간이 되었고, 집주인은 이제 손님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이때 집주인은 손님에게 말을 꺼냅니다. 하지만 교토 사람이니까 속마음을 숨기고 말을 합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가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가시지요."

 

물론 집주인의 속마음은 손님이  빨리 집에 돌아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토의 방식으로 속마음을 돌려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죠. 눈치가 있는 보통의 손님이라면,

 

"괜찮습니다. 저녁 식사는 집에서 먹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정도로 마무리 하고 집에 돌아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눈치가 없던 손님은 집주인의 호의라고 생각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이에 집주인은 손님을 최대한 빨리 돌려보낼 고안을 했습니다. 

 

"녹차에 밥을 말아서 먹이면, 만들기도 간단하고 손님이 빨리 먹고 돌아갈 수 있겠군"

 

오차즈케를 고안한 덕분에 집주인은 눈치가 없던 손님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도 만약 교토에서 오차즈케를 대접받았다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죠? ^^;

 

이처럼 천년 수도 교토에서 오차즈케가 가진 의미를 통해 일본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