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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

일본 고등학생들이 재수를 안 하려고 하는 이유는? 재수생과 낭인 문화

안녕하세요 :)

 

오늘은 시험과 관련된 일본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 살면서 크고 작은 시험을 치루었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시험하면 대표적으로 대학 수학 능력시험이 떠오르네요.

 

수능이라고 하는 대입 시험이죠.

 

워낙 국민적인 시험이다보니 시험을 치르는 사람도 많고, 때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와 한번 더 보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재수생들 사이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도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재수를 하는 것에 대해 많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는 재수를 하지 않으려고 할까요?

 

일본에서는 재수생을 '낭인(浪人、로우닌)'으로 표현했다. 소속감을 갖지 못하는 상태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재수라는 말의 정의는 '입학이나 입사 시험에 실패하여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재수생을 특별한 단어로 표현합니다.

 

바로 '낭인(浪人、로우닌)'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본래 낭인이라는 말은 중국에서는 자신의 본적에서 떨어져 거처를 정하지 않고 방황하는 사람 혹은 유랑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또는 국가의 조세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본적지에서 도망친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러시아로 망명했던 우리나라의 유랑민들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중세 일본에서의 낭인은 집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망명 무사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즉 낭인은 사무라이임에도 자신의 거처를 잃고 방랑하며 어느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근세로 오면서 낭인의 개념은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무사 이외의 사람들 중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지칭해 낭인이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현대에서는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나 대학 입학 시험에 실패한 학생들을 낭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중세 일본에서는 몰락해서 본적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무사를 '낭인'이라고 불렀다.

 

낭인은 어떠한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고, 집단과 무리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본인의 소속감을 잃은 상태는, 다른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특히 섬나라인 일본인 경우, 서로가 화합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와(和,화할 화) 문화'를 중시합니다.

 

그러나 낭인 신분은 학생도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인도 아닌 신분입니다.

 

재수생으로서 소속감을 갖기도 힘들고, 일본 와 문화에서 요구하는 '이치닌마에(一人前、자기에게 주어진 한 사람의 몫을 해낼 수 있는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은, 와 문화에서 자라온 일본 사람들에겐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사회에서도 대학 재수생이나 취업 재수생을 재수생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낭인'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은 때로는 실패의 경험보다 무섭게 다가온다.

 

이쯤되면 낭인이라는 말은 사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말이라는 것을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째 고시에 실패한 사람을 '고시 낭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사회는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때로는 냉혹한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에 혹시 취업이나 입학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오늘 하루는 따뜻한 메세지라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P.S-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취업 재수도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위에 언급했던 낭인에 대한 기피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채용 시스템이 다른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상반기 하반기 총 2번의 공개 채용이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은 상반기 1번의 채용으로 거의 취업시장이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취업에 실패한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니 우리나라보다 부담스러운 면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