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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무서운 인형, 테루테루보즈

일본의 인형하면 여러분들은 혹시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구마모토의 쿠마몬과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인형이 떠오를 수도 있고, 피카츄와 같은 일본 게임의 케릭터도 떠오를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은 한국에서는 약간 낯설 수도 있는 일본의 인형 '테루테루보즈(てるてる坊主)'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

 

테루테루보즈

 

테루테루보즈는 위와 같이 귀여운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 인형을 끈으로 묶어서 처마의 끝이나 창가에 매달아 놓습니다.

 

이 인형을 비오는 날에 걸어 놓으면, 날씨를 맑게 해준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다른 작품 날씨의 아이(天気の子)에서도 주인공들이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 테루테루보즈로 만든 우산을 들고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날씨의 아이(天気の子)의 테루테루보즈 우산

일본 사람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부르는 동요에도 있을 정도로 친숙한 인형입니다.

 

하지만 귀여운 테루테루보즈에게도 사실 무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음은 실제 테루테루보즈 동요의 가사입니다.

 

<1절>

てるてる坊主 てる坊主 
테루테루 보즈야 테루 보즈야

あした天気にしておくれ
내일 날씨가 맑게 해다오

いつかの夢の空のよに
언젠가 꿈 속에 하늘처럼

晴れたら金の鈴あげよ
날이 개면 금방울을 줄게

 

<2절>
てるてる坊主 てる坊主 
테루테루 보즈야 테루 보즈야

あした天気にしておくれ
내일 날씨가 맑게 해다오

私の願を聞いたなら 
내 소원을 들었다면

あまいお酒をたんと飲ましょ
달달한 술을 마시게 해줄게

 

<3절>

 

てるてる坊主 てる坊主 
테루테루 보즈야 테루 보즈야

あした天気にしておくれ
내일 날씨가 맑게 해다오


それでも曇って泣いたなら
만약 흐리고 우울하게 비가 온다면

そなたの首をチョンと切るぞ
그대의 목을 싹둑 하고 자를테다

 

 

잘 보셨나요?

 

1절과 2절의 화자는 테루테루보즈에게 날씨를 맑게 해달라는 청원을 하면서, 요구가 이뤄질 경우에 대한 보상을 각각 '금방울'과 '달달한 술'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절에서는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테루테루보즈에게 '목을 잘라버리겠다'는 위협을 합니다.

 

이러한 무서운 이야기의 서사 구조는 테루테루보즈와 관련된 설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테루테루보즈 관련 설화>

"옛날 어느 마을에서는 비가 계속 내리고 멈추질 않아 농사가 망할 처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지나가던 한 승려가 나타나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부처님께 공양을 하면 비가 멈출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믿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모여 공양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비는 멈추지 않았고, 이에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그 승려를 잡아서 죽였다고 한다. 승려가 죽고 사람들은 승려의 머리를 흰 천에 감아 어디엔가 걸어두었는데, 갑자기 비는 멈추었다. "

 

위와 같은 설화로 볼 때, 테루테루보즈는 비를 멈추게 했지만 이미 죽어버린 승려에 대한 위로가 아니었을까요?

 

비오는 날의 마츠야마 성

 

테루테루보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했지만, 관련 설화를 통해서 테루테루보즈 동요에 대한 이해와 테루테루보즈의 유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날을 보기가 힘든데, 우리도 먼지를 막을 수 있는 인형을 만들어서 소원을 빌어본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ㅎㅎ :)